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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출의 화쟁 루트(和諍 Route)

  • (10-2화) 독일 기업에도 ‘특수’ 안겼다
  • 운영자
    조회 수: 250, 2015.09.05 22:4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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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주 호남비료공장 전경>

     

    한국에 제공된 서독의 상업 차관은 한국에서 공장 건설, 생산재 부품 수입 등 경제성장을 위한 자본으로 긴밀하게 활용됐다. 아울러 서독 상업 차관의 상당액이 부품 수입 또는 공장건설 수주를 위해 다시 독일 기업으로 들어갔다는 점에서 결과적으로 독일 기업도 상당한 ‘과실(果實)’을 챙겼다. 즉 서독 상업차관은 한국 경제성장에 적지 않게 기여한 측면이 있지만, 서독의 기업에도 적지 않은 도움을 줬다.

     

    서독 정부가 미국의 눈치를 보면서까지 한국에 상업차관을 제공한 배경 가운데 하나로 바로 이 같은 서독 기업의 이익 등도 고려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즉 서독 정부나 기업은 부족한 광산과 의료 노동력을 파독 광부와 간호사를 통해 확보하면서도 상업차관이 다시 서독 기업에게 돌아간다면 ‘1석2조’의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 정부의 상업 차관 도입이 결정되자 서독 기업들은 사업 수주와 자사 제품의 수출을 위해 경쟁적으로 한국에 뛰어들어 각축전을 벌였다. 이름 있는 서독 기업이 줄지어 한국을 방문해 새 파트너를 찾아 나섰다. 독일 지멘스가 전화기 사업을 수주하는 등 독일 기업들은 서독 차관으로 시작된 사업 수주를 잇따라 따냈다. 이른바 서독 기업들의 ‘한국 특수(韓國特需)’가 시작된 것이다.

     

    백영훈(2001, 50-51쪽 등 참조)의 연구에 따르면, 한독 합작으로 시작된 최초의 사업은 독일 지멘스와 금성사가 합작으로 시작한 전화 사업이었다. 당시 우리의 체신 및 전화통신은 일제시대 때 시설이 만들어졌기에 매우 열악한 상황이었다. 1960년대 초 전화가입 적체율은 평균 15대 1이나 될 정도였다. 이에 따라 당시에는 전화 한 대를 갖는 것이 집 한 채를 갖는 것과 비교될 정도로 희소가치가 높았다. 서독의 지멘스는 금성사와 손잡고 전화 사업에 나섰다. 다음으로 한국을 찾아온 기업은 루르기(Rurugi)였다. 루르기는 전남 나주에 건설 중인 호남비료 공장을 건설하는 자재공급 회사로 참여했다. 슐 아이젠버그라는 유태계 상인의 잘못된 상술에 따라 많은 문제점이 있었지만 농촌 소득향상에 요소 비료공장이 기여한 것 또한 사실이었다. 다른 서독 기업들도 잇따라 한국으로 몰려왔다. 폴리시우스(Polisius)사의 동양시멘트 건설, 만(Man)사의 인천 한국기계건설, 크룹(Krupp)사의 인천제철, 게하하(GHH)사의 관산 기자재 공급 등 수많은 기업이 한국 특수를 붙잡거나 겨냥하고 들어왔다. 본격적인 한·독 경제협력의 발판이 열린 것이다.

     

    서독 차관이 결과적으로 독일 기업에게 특수를 안기게 된 것은 차관교섭 과정에서 이미 어느 정도 예고돼 있었다. 즉, 서독 차관교섭을 주도했던 한국정부 경제사절단은 서독 차관 유치를 위해 독일 정부가 기계류 등 서독의 생산재 제품 수출을 촉진하기 위해 자국의 생산재 제품을 사는 것에 대해선 그 수출가격의 70-80%를 보증해주는 ‘헤르메츠(Hermerz)법’을 활용해 서독 정부를 적극 설득했기 때문이다. 서독차관 교섭을 주도했던 백영훈의 회고다.

     

    “과연 어떠한 전략으로 서독에서 차관을 얻어 낼 수 있을 것인가. 우리가 이미 서울에서 조사한 바 서독은 라인강의 기적을 이룩하기 위한 정책수단으로 서독 제품의 기계류와 부품 등을 해외 수출을 촉진하기 위한 특별법이 제정되고 있음을 알았다. 이른바 헤르메츠법으로 부르는 이 법은 서독에서 구매하는 모든 제품의 수출에 대해 전체 수출가격의 70%에서 80%까지 국가 신용에 의해 보증해 주는 대(對)후진국에 대한 특별 지원법이다. 나는 하룻밤 사이에 이 법의 주요 골자를 번역해 사절단 일행에게 설명했고 어떻게 하면 이 법의 적용을 얻어 낼 수 있을 것인가를 숙의했다. 이때 우리들은 이 법에 의한 특혜를 얻기 위해서는 서독의 민간 기업체와 사전 협력이 절실하다는 걸 깨달았다. 서독에서 현금으로 상업차관을 얻는 게 아니라 서독제품의 후진국 수출을 촉진하기 위해 기계류나 기타 부품 등 생산재 제품을 구입한다는 서독 메이커와의 사전 협조가 절실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서독의 유명 메이커들을 찾는데 혼신의 노력을 다했다…‘지멘스’ ‘크룹’ ‘만네스만(Mannesmann)’ ‘폴리시우스’ ‘게하하’등 유명한 서독 기업을 순차적으로 방문해 사장단과의 진지한 토론을 통해 장차 한국이 건설하게 될 공장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했고 그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데 혼신의 노력을 다했다. 처음에는 서독 기업이 냉대하는 기색이 농후했다. 하지만 우리는 경쟁 심리를 이용해 똑같은 기계 부품을 생산하는 복수업체를 선정해 직접 공장을 방문했고, 그 결과 서독기업 간의 자사제품을 수출하려는 경쟁의식을 높일 수 있었다.”(백영훈, 2001, 37-39쪽)

     

    백영훈의 이 같은 설명은 서독 정부가 한국에 제공하는 상업차관 대부분이 자국 기업의 사업 수주나 생산재 기계 수출로 이어질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해지는 대목이다. 서독 정부 입장에서는 자금의 상환만 확실하다면 차관이 자국 기업의 사업 수주 및 기계류 수출 등으로 연결돼 오히려 독일 기업의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되기에 상업차관 제공을 거부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는 얘기다.

     

    독일의 개별 기업들도 한국으로의 상업 차관이 자사 제품의 수출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인식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바로 서독 기업들이 독일 정부에 한국에 대한 상업차관 제공을 강력하게 건의했던 배경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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