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김용출의 화쟁 루트(和諍 Route)

  • 루소의 자문자답과 입법권 남용(2017. 9. 14)
  • 운영자
    조회 수: 161, 2017.09.14 15:58:15
  • KakaoTalk_20170914_155618082.jpg

    법의 취지는 이를 만든 국회가 가장 잘 알 것이다. 장 자크 루소도 저서 ‘사회계약론’에서 입법부야말로 법이 어떻게 집행되고 해석돼야 하는가를 가장 잘안다고 했다. 그렇다고 입법부가 법의 집행이나 해석까지 독점하면 더 좋을까. 루소도 그래서 묻는다. “행정권(또는 사법권; 필자 추가)이 입법권과 결합된 구조보다 더 좋은 체제는 있을 수 없는 것 같다”고 할 수 있을까라고.

     

     요즘 입법부와 사법부간 모습을 보면 그 역학관계가 상당히 기울어져 있는 듯하다. 즉 정치권 파워가, 입법권은 매우 강한 반면 사법부는 위축되고 초라해 보인다. 이는 3권 분립과 견제 속에 사회 전체의 공익을 위한 조화로운 관계라는 민주공화국의 지향과 조금 거리가 있어 보이기도 하다. 

     

     우선 13일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이틀째 인사청문회에서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판사가 증인으로 출석한 것은 사법부에 두고두고 아픈 기억이 될 것이다. 사상 검증을 위해 ‘애먼 사람’을 불렀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본질적으로 후보자 사상검증을 위해 현직 판사를 국회 증인으로 부른 것 자체를 어떻게 봐야 하느냐 하는 문제에 부닥치기 때문이다.

     

     전말을 들여다보면 당초 사법부에선 사법부 독립을 훼손할 수 있다며 반대했다고 한다. 하지만 야당에서 대법원장 후보자의 사상 검증 차원에서 강하게 밀어붙였다. 아마 오현석 판사의 정치 편향 문제를 부각시킨 뒤 김 후보자의 사상 문제와 연결시켜 공격하고 싶었기 때문일 게다.

     

     하지만 문제는 결과적으로 현직 판사가 ‘사상 처음’ 국회 인사청문회 증인으로 섰다는 사실이다(물론 ‘사상 처음’이라는 말처럼 맥락을 봐야 하는 말도 드물다. 이러저러한 기준을 변경하면서 사상 처음이라는 표현은 수없이 만들어질 수 있어서다). 사상 처음이 낳은 결과, 즉 앞으로 전례가 돼 수없이 많은 ‘현직 판사 오현석’이 국회 증언대에 서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 빗장이 풀린 것이다.

     

     지난 11일 김이수 헌법재판소 소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의 임명동의안 부결도 입법부와 사법부간 관계와 관련해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과제’인지도)를 던진다. 사태의 본질도, 향후 여파도 만만치 않아 보여서다. 

     

     정치권에선 당장 이런저런 해석을 내놨지만 대체로 표면적이다. 즉 “코드화 인사 폭주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심판”(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 등)이라는 야권 해석도, “야당의 몽니”라는 여당의 비판도 사태의 심연에까진 이르지 못한 듯해서다.

     

     국회가 헌법이 부여한 권한에 따라 임명동의안을 처리 또는 부결할 수 있고 여기에 정치적인 배경을 연결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정치적인 맥락 만으로 입법권의 권능을 사용하면 어떡할 것이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벌써 일각에선 “후보자의 흠결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좁아진 국민의당의 정치 입지”(안성용, 2017. 9. 14) 때문이었다는 분석조차 나온다. 더구나 선례의 힘은 위대해 유사행위를 수 없이 복제할 것이다. 입법권 남용 문제가 제기되는 한 지점이다.

     

     최근 사법부 판결에 대한 정치권의 비판은 또 어떤가. 조금 과하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건전한 비판이야 언제나 환영할 만한 일이고 판결도 비평의 예외가 돼선 안되겠지만, 특정 세력과 당파만의 견지에서 비판이 이뤄지는 건 이익보다 손해가 커 보이기 때문이다.

     

     한명숙 전 총리 판결에 대한 일부 정치인의 과잉 비판이 대표적이다. 한 전 총리의 품성과 인생역정 등을 감안하면 안타깝고 실체적 진실에선 억울함도 일부 있겠지만, 사법부의 판단을 일방적으로 부정하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지는 면도 분명 있어서다.  

     

     특히 최근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원회가 제시한 ‘사법평의회 신설안’은 향후 입법부와 사법부간 관계를 결정적으로 좌우할 중요 이슈가 될 수도 있다. 안은 사법행정권을 분산해 재판의 공정성을 보장하겠다는 취지에서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16명의 평의회 구성원 중 8명을 국회가 지명한다고 했는데, 이 안대로라면 입법부의 사법부에 대한 영향력은 결정적이 될 수도 있다. 법관들 사이에서 “사법부 독립 훼손”(전국법관대표회의) 등의 격한 말이 터져나오는 이유다. 

     

     물론 입법부와 사법부 사이의 모습에 대한 이같은 관찰이나 분석이 단면적이거나 단견일 수도, 과도한 의미 부여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반대로 입법부와 사법부간 근본적인 역학 관계의 변화의 한 표징이라면 어떻게 할 건가. 

     

     그렇다고 지금 사법부를 두둔하거나 엄호하자는 건 아니다. 사법부가 제 역할을 못하거나 잘못한 걸 덮자는 건 더더욱 아니다. 그건 그것대로 분석하고 지적해야겠지만, 이제 사법권에 대한 입법권의 남용 또는 한계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 보자는 거다.

     

     루소는 입법권과 행정권, 사법권의 결합이 아닌 3권의 분리가 필요하다고 자답했다. 결합이야말로 정부를 불충분하게 만든다는 거다. “왜냐하면 구별돼야 할 것들이 구별되지 않고, 군주와 주권자가 같은 사람이 됨으로써 말하자면 정부 없는 정부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루소의 지적이 이 가을 서초동에서 귀뚜라미 소리로 울고 있는 지도 모를 일.(2017. 9. 14 씀)

     

    <참고문헌>
    안성용(2017. 9. 14). 뒤끝작렬-안철수 '극중주의' 시범 케이스가 '김이수 부결'이었나. <<CBS노컷뉴스>>. 2017-09-14 07:00. 
    http://www.nocutnews.co.kr/news/4847084#csidxfa9e7ae282ade47a7dfca081f077e01 

댓글 0 ...

위지윅 사용
번호
제목
닉네임
12 운영자 37 2019.04.17
11 운영자 40 2019.04.17
10 운영자 1591 2018.02.06
운영자 161 2017.09.14
8 운영자 1849 2017.09.04
7 운영자 30 2017.03.15
6 운영자 174 2016.10.12
5 운영자 76 2016.07.27
4 운영자 100 2016.05.11
3 운영자 124 2016.02.24
2 운영자 240 2015.12.02
1 운영자 2361 2015.06.29
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