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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출의 화쟁 루트(和諍 Route)

  • <영화감독 강우석> “만화 우연히 보다가 이건 바로 내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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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 수: 116, 2017.09.13 19:5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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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실미도’로 국내 처음 1000만 관객을 동원한 강우석 감독이 동명 만화를 영화화한 스릴러 ‘이끼’를 들고 2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이종덕 기자

     

     지난해 2월 어느 날. 그는 우연히 건네받은 만화책을 읽다가 깜짝 놀랐다. 흥미진진한 스토리며 탄탄한 구성이 마치 한 편의 잘 짜인 영화를 보는 듯했다. 그가 읽은 만화는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며 ‘2007년 대한민국 만화대상 우수상’까지 받은 윤태호씨의 ‘이끼’. ‘아, 이건 바로 내 작품’이라는 느낌과 함께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만화를 영화로 찍는다는 건 고통이었다. 지난해 12월 수년째 끊었던 담배에 다시 손을 댔고, 평생 먹은 양보다 더 많은 두통약을 먹어야 했다. 출연진도 한가지였다. 한 배우는 얼마나 힘이 들었던지 촬영이 20%쯤 진행될 때까지 감독의 얼굴을 보려하지 않았고, 또 다른 배우는 2주간 홀연히 제주도로 떠나 허허벌판에서 연습한 뒤에야 촬영현장에 복귀했다. 윤태호씨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스릴러 영화 ‘이끼’를 연출한 강우석 감독과 출연 배우들 얘기다.

     

     강 감독을 만나 작품과 관련한 얘기를 들었다.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열정적이고 자신감이 넘쳐보였다. 1988년 ‘달콤한 신부들’을 연출한 이래 22년간 메가폰을 잡고 ‘실미도’로 국내 처음 1000만 관객을 동원한 강 감독의 내공은 여전했다.

     

     ―스릴러에 처음 도전했는데요.
     “무척 하고 싶은 장르였어요. ‘공공의 적’, ‘실미도’도 서스펜스 구조가 없진 않지만 본격 장르로선 첫 스릴러인 셈이죠. ‘이 사람 왜 이래, 상 받고 싶나’ 그런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지만, 전혀 그런 게 아닙니다. ‘척’ 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어요. 사람 얘기를 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강 감독은 “파충류를 등장시키거나 어마어마한 폭파 장면을 보여주지 않더라도 한 사람이 왔다 갔다 하는데도 무서운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럼 왜 스릴러를 아직 찍지 못했느냐’는 물음엔 “대본이 없었다, 잘할 수 있는 것부터 하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관객 반응은. 
      “두 번 본 사람이 ‘더욱 새록새록 재미있더라’고 하더군요. ‘투캅스’ 이후 처음 듣는 말이에요. 그래서 ‘그동안 교만했구나’ 하고 반성합니다. ‘이끼’는 창작의 고통을 깨닫게 해준 영화죠.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한 싸움에서 오는 고통말입니다.” 

     

     ―담배를 다시 찾을 정도로 힘들었다면서요? 
     “힘든 정도가 아니라 중도에 여러 번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그동안 제작한 17편 가운데 가장 힘들었죠. 만화를 영상으로 옮기면 이런 혼란이 있다는 걸 미처 몰랐던 게 후회됩니다. 배우들에게 들켜 ‘힘드니 좀 도와 달라’고 도움을 청할 정도였어요.” 

     ―무엇이 그렇게 힘들었습니까. 
     “만화에선 (스토리를) 점프하고 생략해도 되지만, 영상을 찍을 땐 그러면 안 됩니다. 만화 전체를 찍으면 6시간 이상이지만 3시간 미만으로 줄이는 것도 문제죠. 더구나 원작을 읽을 땐 몰랐지만 막상 인물을 찍으려 하니 지나치게 비현실적이었어요. 인물이 비현실적으로 보이자 전체가 허물어지는 느낌이었죠.”

     

     그는 영화를 찍을 때 보통 시나리오를 3분의 2 정도 준비해놓고 찍었지만, 이번만큼은 다음 날 찍을 것을 하루 전 수정할 정도였다고 한다. 

     

     ―결국 원작의 모방과 창작 사이의 고민이 아닌가 싶은데요. 
     “영화를 찍는다고 하니까 ‘하필 왜 당신이 만드느냐’ 는 항의성 글이 인터넷에 올라오더군요. ‘아, 정말 한판 붙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래서 윤태호 작가에게 ‘나, 당신 넘지 못하면 이 영화 만드나 마나다’라고 이야기했어요. 원작의 팬을 넘지 못하면 개봉할 때 온갖 비난이 쏟아질 것이고 그러면 누가 영화를 보러 오겠어요. 원작을 이겨내야 한다는 부담감을 극복하는 게 너무 괴로웠어요.” 

     

     ―인물을 잘 살려냈습니다. 
     “배우 보는 즐거움을 주려 했습니다. 찍을 때부터 출연진에게 ‘장면마다 주인공이 다를 것이고 너희 모두 다 주인공’이라고 말했어요. 스릴러의 서스펜스는 상황 전개도 중요하지만 배우들의 연기에서 오기도 합니다. 기존 내 스타일보다 딱 한 박자 늦추고 인내했죠.” 

     

     ―배우들도 힘들었을 것 같은데요. 
     “유해국 역을 맡은 박해일은 나와 눈도 마주치려 하지 않고 부르면 천천히 올 정도였어요. 나중에 술자리에서 ‘힘들었다’고 털어놓더라고요(웃음). 이영지 역을 맡은 유선은 첫날 자기가 생각했던 영지와 전혀 다른 영지를 주문하니까 무척 당황해했고요. 김덕천 역을 맡은 유해진씨도 80%쯤 찍었을 때 ‘못하겠다’며 ‘시간을 달라’고 그러더군요. 2주간 제주도로 혼자 여행가 허허벌판에서 연습한 뒤 촬영현장에 복귀했죠. 배우들의 ‘미친 연기’는 그렇게 해서 나올 수 있었어요.” 


     ―어떤 배우를 좋아합니까. 
     “인간적인 배우를 좋아합니다. 설경구를 꼽을 수 있는데 푸근한 옆집 아저씨 같잖아요? 또 가능성이나 노력하려는 태도를 중시합니다. 이번에 천용덕 역으로 나온 정재영씨도 ‘어떻게 연기를 할까’ 생각되지만 카메라 앞에만 서면 내뿜는 광기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돌아버리는’ 연기를 하죠. 연기를 덜 잘하는 사람이라도 노력하려는 자세만 있다면 잘하게 할 자신이 있어요.” 

     

     ―‘강우석식 코미디’가 버무려져 있다는 평가도 있는데. 
     “원작에는 유머가 한 컷도 없는데, 없는 것에서 만들어내는 게 굉장히 힘들었어요. 잘못하다 썰렁해지면 타격은 엄청나죠. 그래서 ‘유머가 안 먹히면 죽는다, 관객이 안 받아주면 연출자로서 끝’이라고 생각하고 찍었어요.”

     

     영화의 내용은 암울하지만 가끔 터지는 폭소가 심각함을 덜어준다. “범죄 신고가 몇 번이죠? 119인가 1588인가?”라는 대사 등은 헛헛한 웃음을 주기에 충분하다. 

     

     ―영화철학을 물어도 되겠습니까. 
     “무조건 재미있어야 합니다. 스릴러는 스릴러다운 재미가 있어야 하죠. 장르별로 그 특성에 맞는 재미가 있어야 합니다.” 

     

     1995년 시네마서비스를 세워 영화배급에도 열심인 그에게 ‘감독이 좋은가, 사장이 좋은가’를 묻자 “재미도 있고 보람도 있어 아무래도 감독이 좋다”며 자신은 이미 돈을 벌고 안 벌고를 떠난 사람이라고 했다. 

     

    *이 글은 [세계일보] 2010년 7월9일자에 실린 기사입니다

    http://www.segye.com/newsView/20100708003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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