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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출의 화쟁 루트(和諍 Route)

  • <영화감독 김지운> “영화가 불편했다면 자기 내면의 악마성을 엿봤기 때문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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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 수: 117, 2017.09.13 20:2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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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결과적이기는 하지만, 보고 싶지 않거나 들춰내고 싶지 않는 것을 이렇게 드러내 여러 의견이 쏟아지면서 담론을 만들어내는 것도 나쁘진 않다고 봅니다. 유럽 등도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사회가 성숙해졌거든요.”

     

     영화 ‘악마를 보았다’를 만든 김지운 감독은 최근 폭력 장면 수위를 둘러싸고 불거진 논란에 대해 “이렇게까지 파장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영화는 연쇄살인마 장경철(최민식)과 그에게 약혼자를 잃은 뒤 복수를 꾀하는 수현(이병헌)의 대결을 그리고 있다.

     

     김 감독은 그러면서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고 그런 모습이 (영화)시장에서 증명될 때 탄력 있고 자생력 있는 사회가 되는 게 아니겠는가”라며 “영화를 좋지 않게 보는 사람에겐 심심한 사과를 보내지만, 영화를 두고 논란이 인다면 우리 사회가 그동안 너무 한쪽에 치우쳐 왔다는 반증이 아닌가 생각된다”고도 했다.

     

     김 감독을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논란의 중심에 서 있어서인지 평소 말이 많지 않다는 전언과 달리 이날은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했다. 모자 때문에 표정을 모두 읽을 수는 없었지만, 목소리에서는 단호함이 묻어나는 듯했다. 

     

    ―영화에 대한 반응이 확연히 갈리고 있다. 
     “처음부터 한국 영화에서 보기 힘든 지독한 복수극을 만들어 보자고 생각했습니다. 터부시하는 수위나 내용을 표현을 했다는 것, 그러면서 다양한 논의와 의견을 얘기하는 지금의 현상이 나쁜 것 같진 않다고 봅니다.”

     

     그는 그러면서 “범죄 피해자 주변, 가족들의 입장에서 접근했던 영화”라며 “살아남은 자의 고통과 슬픔을 얘기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다만 스펙터클한 영상이 아닌, 밀도를 좀더 추구하려 했다고 덧붙였다.

     

    ―사람이 너무 많이 죽은 게 아닌가.
     “관객이 진짜 복수하는 것처럼 실제적으로 그리려고 했습니다. 사냥하듯이 사람을 죽이는 악마를 먹잇감으로 만들어 사람들이 당한 비통함을 느껴보게 하고 싶었던 것이죠. 많은 피해는 복수의 연속성, 순환성을 강조하려는 과정에서 생긴 어쩔 수 없는 과정의 하나라고 봅니다. 셰익스피어 ‘햄릿’을 보면 햄릿도 완벽한 복수를 꿈꾸려다 때를 놓치면서 오필리어가 죽는 등 피해가 발생하잖아요.”


    그는 한 인터뷰에서 “호러와 스릴러에선 괴물을 포학하게 그리면 그릴수록 성공적”이라는 알프레드 히치콕의 말을 거론한 뒤 “악마를 성공적으로 형상화하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니체는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
     “영화는 복수자가 악마가 됐다거나 또는 안됐다는 결론을 지은 건 아닙니다. 악을 응징하기 위해선 악의 기운이나 힘을 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을 그리려 한 것이죠. 딜레마와 당착, 허탈함, 완수 뒤에 쾌감과 허망함이 다의적이고 중의적으로 오는 것을 원했습니다. 주인공의 복수가 정당한 것인가에 대한 생각은 관객마다 다를 것입니다.”

     

     김 감독은 그러면서 “아마 영화가 불편하다면 그것은 인간 내면에 순수함과 함께 있는 복수를 꿈꾸는 악마성이 불거져 나온 것을 엿봤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폭력 수위는 다른 영화와 엇비슷한데도 논란이 심해진 것은 최민식 같은 배우들의 폭발적이고 실감나고 생생한 연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영화는 순수를 상징하는 흰 설원에서 시작, 마지막에는 어둠으로 빠져들어 가는 주인공의 마음을 보여주는 독특한 영상 및 시각미를 보여주기도 한다. 

     

    ―독특한 영상, 미술에 대한 철학이 있는가. 
     “영화 색감이나 색채, 이미지로 사유하고 얘기하려는 것은 이전부터 추구했습니다. 예를 들면 ‘장화, 홍련’에서는 벽지가 말을 건네는 장면이 있는데, 기억하고 싶지 않는 장면을 기억하게 하는 장치로 활용했던 것이죠.”

     

     1964년 서울에서 3남3녀 중 막내로 태어난 김 감독은 영화광이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영화를 가까이 했다. ‘리얼리스트’였던 어머니와 달리 아버지는 ‘이상주의자’이고 ‘로맨티스트’였다고 한다. 

     

     “아버지는 주말에 저와 함께 ‘토요명화’ 등을 끝까지 볼 정도로 영화광이셨죠. 그러면서 영화나 감독, 배우 등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해주셨죠. 예를 들면 제임스 딘이 자동차 사고로 죽었으며, 위대한 연기력을 보여줬지만 ‘대부’의 마론 브란도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었다고 말해주기도 했죠.” 

     

     그 자신도 명동 등에 나가 외국 영화잡지를 보거나 영화평론가 정영일과 허창의 영화리뷰를 모아 읽으면서 영화를 공부했다. 고교 2학년 때부터는 서울 프랑스문화원 시네마테크를 통해 많은 유럽 영화들도 접했다. 

     

     김 감독은 1990년대 초중반에 걸쳐 5개월간 프랑스를 여행하면서 세계영화 100편을 감상하기도 했다. “무성 영화부터 코헨 형제의 영화까지 세계 영화사를 총정리하는 시간이었죠. 당시 유학생이었던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임순례 감독은 ‘몇 년 동안 파리에서 볼 영화를 모두 봤으니, 굳이 유학 올 필요가 없다’고 말해, 한국으로 돌아왔죠(웃음).” 

     

     연극 ‘아가씨와 건달들’에서 건달 역을 연기했던 그는 공모전에서 시나리오 ‘좋은 시절’이 당선되며 영화계에 뛰어들었고 ‘조용한 가족’, ‘반칙왕’, ‘장화, 홍련’, ‘달콤한 인생’,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등을 연출했다.

     

    *이 글은 [세계일보] 2010년 8월20일자에 실린 기사입니다

    http://www.segye.com/newsView/20100819003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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